KBO만도 못한 ‘노동 없는 행정통합’_매일노동뉴스 2026.6.1.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한국 정치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은 최장집의 진단이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행정통합특별법을 발의한 정당과 국회의원, 법률안에 요구안을 반영시킨 광역자치단체장과 실무자들은 행정통합 이후 취약한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그 어떤 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물어보지 않았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여할 문을 열어놓지도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통합 법률안 마련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있었더라면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제한 예외 적용이 가능한 조항은 이미 걸러졌을 것이다.

노동을 대하는 정치, 정당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는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보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뒤처진다. 2025년 1월 한국야구위원회는 기존 외국인 선수 제한(3명)과 별도로 아시아 및 호주 국적 선수 1명을 추가로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2026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KBO의 아시아쿼터제 도입에 대해 국내 선수의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꾸준히 전달했고, 여러 차례 간담회를 통해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선수협은 국내 선수 최저연봉 인상과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 도입을 일부 이뤄냈다.

KBO는 선수협회와 만나 일부 제도 보완
행정통합특별법은 의견수렴도, 참여도 없어

시계를 4개월 전으로 돌려보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큰 쟁점 중 하나는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이었다. 지난해 10월2일 대전충남통합특별법이 발의됐고, 2026년 1월 대통령이 행정통합에 ‘성공’한 광역자치단체에는 최대 20조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통합특별법이 경쟁하듯 연달아 발의됐다. 전남광주통합 관련 법률안은 2월3일부터 6일까지 매일 한 건씩 모두 4건이 발의됐고, 대구경북통합특별법도 2건 발의됐다.

법률안 발의와 심사가 진행되기 전에 알려진 행정통합특별법은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였다. 1월 말 공개된 전남광주통합특별법안에는 외국인 투자기업 대상 노동 특례조항으로 특정 기업을 위해 유급휴일을 무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거나 근로기준법 적용 자체를 유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대구경북특별시법안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등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특례가 포함됐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했고, 법안 자체가 위헌 가능성이 있어 해당 조항은 삭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여러 곡절을 거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전남광주통합특별법)은 3월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대구경북과 대전충남통합특별법은 통과되지 않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은 노동계가 우려한 부분을 수용했다고 알려졌고, 3월 중순을 지나며 행정통합은 지방선거 의제에서 조용히 가라앉았다. 이로써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끝이 났는가. 그렇지 않다.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통합이 결정된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서도 ‘노동 없는 행정통합’이 여러 부분에서 확인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조항은 6조와 14조다. 6조는 “통합특별시의 조직·운영, 중앙행정기관의 권한 이양 및 규제 완화 등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14조는 통합특별시를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규제자유화 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관계 법령에 따른 규제를 우선 정비하도록 한다. 노동시간 제한, 안전기준, 고용의무, 차별 금지, 노조할 권리도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볼 수 있다. 노동기본권은 규제 완화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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